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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국수 이야기 16


잔치국수는 한국의 전통적인 국수 요리 중 하나로 결혼식, 생일잔치, 환갑잔치 등의 행사에서 국수가락처럼 오래 잘 살라는 의미로 차려진다. 삶은 국수사리에 고명을 얹고 멸치장국을 부어내면 완성되는 간단한[1] 조리 방법으로 본래 많은 손님에게 빠른 시간에 식사를 대접하기 위한 음식이었다. 북한에서는 깽깽이국수라고 한다.

조선시대의 잔치는 단순히 초청한 손님 뿐만이 아닌 지나가던 행인이나 걸인에게까지 음식을 대접하는 행사였기 때문에 손쉽게 만들어서 누구에게나 대접할 수 있는 요리가 필요했으며, 잔치국수가 이러한 역할을 해 왔다.[2] 물론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대접하기 위해 잔치국수를 만들곤 한다. 분식집 및 국수집에 꼭 들어가는 메뉴이며, 성당이나 교회 등에서 심지어 무료로 제공한다.

건면의 경우에는 보관이 용이하고[3] 조리 시간이 짧아 최초의 패스트푸드로 여겨질 만큼 그때그때 손님에게 대접하기 좋다. 또 과거에는 한반도엔 밀이 귀했기 때문에 대접 요리로도 적당했는데, 우리나라에 메밀면이 발달한 이유도 밀가루를 구하기 어려워서 나온 것이다. 대장금에서도 장금이가 임금 생일 때 쓸 밀가루(진가루)를 잃어버려 고생하는 에피소드도 있다. 밀가루가 흔해지기 시작한 것은 미군정 이후 본격적으로 밀가루를 대량으로 원조(援助) 받고, 이후 분식장려운동까지 추진된 이후다.

오늘날에도 잔치 이후 하객들에게 대접하는 대표적인 음식이고 결혼식 피로연에 많이 대접하는 특성상 아직 결혼 안한 총각 처녀들에게 그래서 국수 언제 대접할 거냐는 식으로 농담을 거는 사람들도 꽤나 많다.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들이 해 먹는 요리이기도 하다. 약간 변형된 발음으로 '국시'(кукси, 쿠시 혹은 큐시)라고 부르며, 이는 강원, 경상, 전남, 함경지방의 방언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잔치국수와는 달리 국물이 차고[4] 고기가 좀 많이 들어가는 것이 차이점.[5]

멸치 육수를 베이스로 하기 때문에 멸치국수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 닭고기나 쇠고기 등으로 만든 다른 육수를 쓰는 경우도 있다. 먹기에 간편한 음식이니만큼 인스턴트 식품으로도 개발이 많이 되었는데,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군납 제품으로 유명한 멸치 쌀국수, 농심에서 개발한 후루룩 국수 등이 있다.

조리법이라 해봐야 멸치 육수에 소면을 삶아 넣기만 하면 되고 거기에 딱히 필수적인 고명은 없는 단순하기 그지 없는 면 요리이나 특징이라고 하면 온도가 중요한 음식으로 너무 뜨겁게 내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잔치국수 의 다른 이름이 온면(溫麵) 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면을 삶은 후 찬물에 식히거나 따로 놔둬 식혔다가 적당히 뜨거운 멸치육수에 담아 내어 먹기 좋은 따뜻한 온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가끔 술집 등에서 부메뉴로 잔치국수를 면도 국물도 방금 만들어 뜨거운 채로 말아 나오는 곳이 있는데 먹어보면 정말 밍밍하고 맛이 없다. 따뜻하고 면발도 부담없는 두께이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엄청 많은 양도 순식간에 입 속으로 후루룩 넘겨 순삭시킬 수 있는 먹기 쉬운 점이 장점이자 단점으로 자칫 그만큼 과식하기도 쉬우니 주의해야 한다. 비슷한 예로 짜장면 역시 너무 뜨거우면 맛이 급격히 떨어진다.

대량을 작정하고 만들면 비교적 간단한 요리지만, 소량을 만들 때엔 고명을 하나하나 만들어야 한다는 단점이 부각되어 쉽게 식탁에 올릴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김치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비슷한 음식인 칼국수도 마찬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