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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이야기 1

"두만강 푸른 물에 노젓는 뱃사공을 볼 수는 없었지만..."              (중략)
"눈보라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 가보지는 못했지만..."              (중략)
"눈물로 지새우시던 내아버지 이렇게 얘기했죠 죽기 전에 꼭 한번만이라도 가봤으면 좋겠구나 라구요"
 (...라구요, 강산에, 1993)

2001년도 소천하신 아버지는 실향민이셨다. 평안남도 개천군이 고향이시다. 을밀대 주변 두만강에서 물놀이를 하셨단다. 실향민들이 타향살이 하면서 만들어 먹던 음식이 냉면이다. 아버지는 외식하면 늘 냉면 집에만 가셨다.

경동교회 건너편 평양면옥은 아버지와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은 곳이다. 이제는 아내와 아이들과 찾는다. 3대째 세습하는 집 맞다. 지금도 새벽에 혼자서 아무도 모르게 냉면육수를 만드시는 할머님이 아버지 고향 분이시다(블루리본 2개).

오장동 함흥냉면집은 영화 '국제시장'에서 소개된 흥남부두에서 피난내려오신 분들이 1950년도에 '흥남집'으로 개업했다.

함경도가 평안도보다 추운지방이어서 메밀이 귀해 고구마, 감자 전분으로 면을 만든다. 면에 홍어회를 올려 비벼먹는데 중간 중간 뜨거운 사골육수를 곁들이면 매운 맛이 중화되어 일품이다. 면에 메밀이 들어가서 뚝뚝 끈어지는 평양냉면과 달리 전분으로 만 면을 뽑은 함흥냉면은 쫄깃한 식감이 좋다.

연애할 때 이 집에서 내 아내에게 OK사인 받은 곳이라 지금도 조마조마 했던 그 순간이 떠올라 웃음이 절로 나온다. 브라보 !  처음먹는 음식이 너무 좋았단다. 흥남집 만만세!!!  아버지 죄송합니다!?